호텔 이야기/마이크 생각

KOREAN 타이틀을 땐 다는 의미 (Feat. 해외호텔)

THE 마이크 2017. 8. 7. 22:45

 안녕하세요, 호텔리어 마이크 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포스팅을 하네요.

새로운 글을 올릴 때마다 너무 주기가 길어지는 것 같아요. 게으름 병을 어떻게 극복해야할 지 고민 입니다.

 

이번에는 해외 호텔에서 근무하는 한국 호텔리어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2017 5월 기준,  한국관광공사의 국민 해외여행객통계에 따르면 전년 대비 누적 19% 증가 하였답니다. 서민 경제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많이 나오고 하지만, 해외 여행하는 한국 분들이 여전히 많고, 매년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에요


관광통계 (출저: https://kto.visitkorea.or.kr/kor/notice/data/statis/profit/board/view.kto?id=428468&isNotice=false&instanceId=294&rnum=4)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유럽, 미주, 일본, 홍콩 뿐만 아니라, 최근 몇년 새 급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및 기타 동남아 휴양지들로 많은 분들이 떠나십니다. 이제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관광객이 없는 곳을 찾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해외 호텔에서 판촉 업무를 하면서 많은 한국 여행사 분들을 만난 후 느낀 바로는, 한국 관광객들은 리조트에는 호텔비를 덜 아끼고, 대도시 호텔은 최대한 경제적인 옵션을 찾고자 하세요. 물론 리조트는 쉬러 간다는 의미가 많아서, 리조트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시설물들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좋은 서비스, 좋은 시설의 필요성을 느끼셔서 5성 호텔 위주로 예약을 많이 하고, 관광 도시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바깥에 볼게 많다보니, 호텔은 잠만 자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3-4성 호텔에 수요가 더 많이 몰리는 실정입니다.

 

관광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적극 진출하고 있는 도시들도 기업 출장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죠. 10여년 전에는 중국 진출 러쉬가 주를 이뤘었어요.  북경 (Beijing) 과 상해 (Shanghai)는 대기업, 중소기업들의 중국 지역 본사들이 위치해 있고, 현대차의 경우에는 베이징 외곽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기도 하였죠. 중국 천진 (Tianjin) 에는 삼성전기, SDI 등 계열사의 공장들, 소주 (Suzhou) 지역은 삼성 디스플레이, 남경 (Nanjing) 지역은 LG 전자의 공장, 서안 (Xian) 과 성도 (Chengdu) 에는 최근에 삼성전자에서 공장을 설립 하였죠. 


현대자동차 북경공장 부지 (출처: http://image.newstomato.com/newsimg/2013/4/29/358517/1.jpg)


지역 본사나 공장이 있는 도시에는 출장자 수가 엄청 나게 많아요. 사업을 진행하는 곳들이다 보니, 한국 본사에서 확인 차, 현지 중요한 인사들과 미팅 차, 신경을 많이 쓰게 되죠.

 

최근 중국 시장의 규제 강화로 한국 기업을 포함한 많은 해외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요. 주변 호텔리어 지인들 중에서도 베트남 호치민, 하노이로 이직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고, 링크드인 (Linked in)에 올라오는 구인 포스트에도 Korean Speaking 직원을 찾는 걸 흔하게 볼 수 있죠.

 

**제가 예전에 올린 취업, 이직 도우미, 링크드인 글도 한번 보세요. (클릭)

 

해외 관광 동향, 기업들의 해외 진출 현황, 이런거 이런 거 이야기 하려고 하는게 아닌데, 서두가 길어졌네요.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은, 위에 언급된 흐름과 변화에 힘입어, 한국인을 찾는 해외 호텔들이 많아졌다는 거에요.

  


KOREAN 직원 되기

 

한국인을 찾는 해외 호텔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 보통 Korean타이틀을 달게 되죠.

 

Korean GRO/ Korean Sales Manager/ Korean Front Office Agent 등등

 

물론 한국인 외에 다른 외국인 투숙객을 응대하지만, 업무 처리의 우선 순위나 업무 배정이 한국인 고객 위주로 짜여지죠.

 

한국인들이 관광/출장으로 해외호텔 이용을 예전에 비해 많이 하는 건 맞는데, 꼭 한국인 직원을 뽑아야 하나? 요즘 한류열풍 덕에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고, 잘 하는 아시아 국가의 현지인들이 많다고 하는데, 현지 직원들을 고용하면 안되나? 하는 의문을 가져 보기도 했어요.

 

일본인들과 비슷하게 한국 투숙객들은 영어를 잘 못 하시는 분들이 아직은 많아서, 언어적인 도움도 필요하고요 (특히 문제가 생기거나 특별한 요구 사항이 있을 때), 언어만 소통 되어서는 한국 특유의 문화나 요구사항에 대해서 이해도가 떨어지기도 하죠.

 

예를 들면, 기업에서 사장님 및 몇몇 수행 직원들이 출장을 같이 오게 되면, 층 배정에 있어서 아주 민감한 경우가 많아요. 직급 순서대로 층 배정을 해야하죠. 같이 엘레베이터 타고 올라가는데 높은 직급의 임원분이 저층에서 먼저 내리고, 아랫 직원이 고층으로 올라가는 일은 사전에 방지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인 직원들이 아무래도 현지 직원들보다 깍듯히 모시고, 모국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니 투숙객의 만족도가 올라갈 수 밖에 없겠죠.

 

한국 투숙객들 중 한국말로 소통이 되는 순간,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불평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타지에서 고생한다고 다독여 주시는 분들도 있죠. 공식 통계 자료는 없지만, 해외 한인 호텔리어들 중 프런트 오피스 근무 비율이 제일 높지 않을까 싶어요. 또 프런트 오피스에서 일을 해야지 한국인 투숙객들과 보다 많은 소통이 가능하답니다.

 

저도 반얀트리 푸켓에서 6개월 인턴쉽을 할 때 한국 신혼 부부나 가족 단위 여행객들을 응대할 일이 많았는데,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휴식차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마음에 여유가 넘치고, 왔다 갔다 하면서 종종 마주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지역 맛집이나, 마사지 집 같은 데 추천도 해주면서 친분을 쌓을 기회가 생겼죠.

 

**반얀트리 푸켓 인턴 후기 #1

**반얀트리 푸켓 인턴 후기 #2

**반얀트리 푸켓 인턴 후기 #3 – 마지막

 

인턴쉽이 끝날 무렵에, 태국인 Front Office Manager (FOM)로 부터 Korean GRO (정직원) 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었어요. 졸업도 전인데 말이죠. 근데 그 때 한국인 Assistant Manager (AM) 분이 제가 졸업도 하지 않았고, 리조트에서 KOREAN 타이틀 달고 일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었죠. 그 때의 저는 무조건 학교로 돌아가서 마지막 학기를 마치는 것이 계획이었기 때문에, FOM 의 제안에 혹 하지는 않았지만, AM 분의 말이 정확이 어떤 의미인지는 몰랐어요. 근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KOREAN 벗어나기


저 역시도 한국인 타이틀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졸업 후 북경 켐핀스키 호텔 (Kempinski)1년 짜리 Room Division Management Trainee 로 시작을 했죠.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세일즈 부서에 계시던 한국분이 이직을 하시면서, 유이한 한국인이었던 저에게 세일즈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었죠. 첫 타이틀은 “Sales Representative-Korean”.


**북경 취업기 #1

**북경 취업기 #2

**북경 취업기 #3

**북경 취업기 #4 - 마지막

 

인턴 신분이던 그 때는 뭔가 할 수 있고, 타이틀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뻤었죠.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으니까요. 중국의 특성상 체계있는 세일즈 트레이닝을 받고 시작한게 아니어서, 스스로 부딪히고 겪으면서 차곡 차곡 경험을 축척해갔습니다.

 

그 중 중국어 습득이 가장 큰 관건이었어. 3년의 북경 생활 중 2년차에 접어들어서야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중국어가 들리고, 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지요. 전화로 예약 받을 수 있는 정도? 그렇다 보니, 한국 기업 관리만 하던 저에게 제약 및 화학 산업 군의 회사들을 맡아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옵니다. 한국인 고객만 상대하던 저에게 대부분 글로벌 회사들이기는 하지만 중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타이틀도 Sales Representative- Korean 에서 Sales Executive, 그리고 Sales Manager. 슬슬 Korean 꼬리표를 떼어 갔습니다.

 

그러다가 이직하게 된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은 한국인 투숙객 비율이 5%도 안되는 호텔이었죠. 홍콩 동료들과 동등하게 기업고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한국기업 및 여행사는 한국인 이기 때문에 전담 했어요.

 

한국인 수요가 많지 않은 호텔에서 근무를 하기 시작하면서, Korean 꼬리표를 떼어간다는 느낌이 좋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홍콩 직원들 보다 내가 유일하게 돋보일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 있을 까 하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죠. 홍콩직원들과 같은 일을 하는데, 비자 지원이 필요한 외국인 신분으로서 호텔 측이, 판촉 이사가 저를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할 이유를 줘야한다는 압박감이 스스로 들었어요. 사실 지금도 있는 압박감이기도 하고요. 제가 실적의 압박이 있는 영업직이다 보니, 조금 더 절박한 느낌으로 표현이 되고 있기도 한데, 오퍼레이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이 꼭 필요한 해외 호텔에서 취업 기회를 잡아서 시작을 하는 건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해요. 스스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걸 느끼면서 일을 배우고, 특별함을 느끼는 것이죠.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본인 업무 역량을 늘려가면 됩니다. Korean GRO 로 시작을 하지만, 다른 외국 손님들도 다루는 스킬 및 직원들과의 소통능력도 키워가다 보면, 한국인 고객에 국한 된 스킬이 아닌, 보다 폭 넓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반면에 Korean 타이틀을 땐다는 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특별한 무언가가 줄어들수도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한국인 투숙객을 상대하는게 힘들다가도, 나만이 응대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 특별함을 느끼고, 힘을 냈던 기억이 저도 있어요.

 

Only one 에서 One of Them 이 되는 것은 참 어려운 과정입니다만, 그 과정 속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스스로가 발견할 수 있다면, 보다 성숙되고, 멋진 호텔리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각지에 있는 한국인 호텔리어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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