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날!
종일 비가 온다고 예보가 있었다. 하지만 7시경에 눈을 뜨니 아직 먹구름만 가득.
다행히 비는 내기기 전.
육지로 돌아가는 배 시간이 오후 5시50분인데다가 하루종일 비가 올 것 같아서 배 시간까지 펜션에 더 있기로 했다. 비도 오고, 짐도 있고, 배 시간은 늦고, 정상적으로 체크아웃 (12시) 했다가는 시간을 죽일 방안이 없었다.
아침 일찍 펜션 주인 아저씨께 혹시 우리 방에 들어오는 손님이 있냐고 했는데, 다행히 없다고 해서 반나절 추가 대여를 요청하고 (대략 오후 4시까지), 3만원에 협의를 보았다.
*숙박비용은 3박 22만원으로 협의 (원래 박당 8만원)
일단 하루 종일 지낼 곳을 확정해 놓고, 차량 반납시간 (오전9시) 전에 펜션에서 생존할 물품을 사기 위해서 저동항으로 다시 나갔다. 전 날 산 호박쑥빵과 함께 마실 우유와 점심 식사 대용인 사발면/햇반을 구입 후 저동항을 거닐기로 했다.
이른 아침의 저동항 풍경은 평화로웠다.
밤새 조업에 나갔던 오징어 잡이 배 선원들이 그물을 정리하고 있었고,
잡아온 오징어랑 꽁치를 아주머니들이 팔고 있었다.
안그래도 오징어회를 먹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싶어서 가격을 물어보니 3마리에 만원!
새벽에 잡아올린 신선한 오징어를 먹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졌고, 그자리에서 바로 회를 떠주시니 침이 고였다.
신선한 회를 차에 고이 모셔두고, 우리는 방파제길을 걷기로 했다.
수많은 오징어 잡이배들. 하지만 오징어가 많이 안 잡혀서 대부분은 운행을 안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최근-6월-에는 동해산 오징어가 많이 잡혀서 서울 대형마트에서 생물을 접할 수 있다)
항구 쪽에서 바라본 방파제와 등대의 모습도 멋졌지만, 방파제에서 바라면 저동항의 풍경은 참 평화로웠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보게된 좁은 입구..
푯말을 보니, 저동 해안 산책로다. 여기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 구석에 숨어 있었다니.
행남 해안산책로는 도동 해안 산책로와 저동 해안 산책로를 통틀어서 지어진 이름이다.
하지만 현재 저동 해안 산책로는 초입 일부 구간만 지나갈 수 있고, 도동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막혀있다.
도동 해안 산책로에 비해서 기암괴석들이 많은 듯한 느낌.
렌터카 반납 시간이 간당 간당해서 우리의 아침 산책을 급히 마무리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산책을 마치고 펜션으로 돌아와서 방에 들어가자마자 비가 주르륵 내리기 시작!
책도 보고, 그동안 찍은 사진 정리도 하고, 짐도 싸고, 슬레이트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에는 드디오 고대하던 사발면과 오징어 회!
햇반도 샀었고, 와이프가 챙겨온 화이트 와인도 곁들였다.
바다 뷰를 보며 호로록 짭짭하니 아주 만족스러운 한끼가 되었다.
몇 시간을 더 휴식 후 드디어 떠날 시간.
원래는 시내버스를 타고 사동항까지 가볼까 했는데, 비도 오고, 차량 시간도 일정치 않아서 결국 택시를 불렀다. 멀지 않은 거리(15분)에 비해서 높은 택시비 (21,000원) 때문에 살짝 망설였지만 짐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울릉도에 들어올때 배 멀미를 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출출한 배를 따로 채우지는 않았고, 다행히 별 일 없이 묵호항에 도착했다.
묵호항에 도착해서 미리 예약해둔 서울행 셔틀 버스를 타고 신세계 타임스퀘어점 (구 영등포점)에 내려 택시타고 집에 도착하니 이미 자정이 훌쩍 넘었다.
5시50분 배였으니, 집까지 6시간이 넘게 걸린 것.
피곤한 여정일 수도 있지만, 일정 딜레이 없이 안전 귀가 한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에필로그
갑작스럽게 떠났던 울릉도!
오가는 여정이 쉽지는 않지만 코로나 시국에 확진자 0명인 곳에서 자연과 함께 보낸 3박4일은 참 좋았다.
전체적인 비용 (약120만원 - 2인 기준)이 거의 동남아 여행 수준이지만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꼭 한번 쯤 가보길 권한다.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꼭 캠핑장에 자리를 잡고, 스노쿨링도 하고, 수영도 하며 울릉도의 물을 더 느끼고 싶다.
-울릉도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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