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호텔리어 마이크 입니다.
스위스 인턴쉽 두번째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첫번째 이야기 놓치셨으면 아래 클릭해 주세요.
*스위스 인턴 첫번 째 이야기*
드디어 일 시작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시작했지만, 유럽에서의 현실은 식음료 서비스만 배운 이방인에게 호텔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스토랑 면접도 떨어졌다가 겨우 남 땜빵으로 겨우 들어갔기 때문에, 불평을 할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1학년 첫 인턴쉽부터 호텔 일을 잡은 친구들은 대부분 유럽애들이고, 유럽 언어를 두개 이상은 구사하고 있었다. 영어도 겨우하는 아시아 학생에게 기회가 올리가 만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턴쉽이라 함은 이론을 실전에 써 먹기 위해서 하는 일 중 하나이므로, 마음 단디 먹고 적응하는데만 힘을 썼다.
Le Carousel de Vidy 은 이태리에서 이민을 온 할아버지가 오너였고, 다른 이태리 아저씨가 Director.
스위스 메니저 및 불어권인 모나코와 프랑스에서 온 서버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주방에는 물론 이태리 주방장과 인도와 다른 나라에서 넘어 온 다양한 인종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해서 인도네시아, 중국, 한국인들도 인턴쉽을 위해서 같이 일을 했다.
쉽게 말해, FULL of 외국인 노동자들!
근무시간은 점심과 저녁에 다 일 하는 Split Shift 였다.
(스위스에는 All day Dining 식당이 많지 않다)
오전 11시부터-오후 2시반까지 일하고, 3시간 휴식 후, 오후 5시반부터 저녁 11시정도까지 마감을 하였다.
내가 처음에 맡은 임무는 보조 서버 (Chef de Rang)
서버들이 주문을 받으면, 내가 물 따라주고 빵 가져다 주고 하는 일이다. 또한 와인이나 기타 주류들도 챙겨서 추가 주문 받고, 적당한 시기에 계속 따라줘야 했다. 손님이 다 먹고나면 빈 접시를 치우는 사이, 서버는 다른 코스를 주방에서 픽업해서 서빙을 했다.
레스토랑이 꽤 컸기 때문에, 주방에서 홀까지의 거리가 상당해서 운동량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여름에는 야외 테라스도 열어서 실내/실외 가리지 않고 날라 다녔다 (정말 빠른 걸음으로 다녔다).
피자와 파스타가 아주 유명한 식당이었는데, 피자 플레이트가 가볍지 않아서 5-6명 식사 테이블을 치울 때는 팔이 후들 후들 거릴 정도였다. 그래도 최대한 많은 접시를 One Go 에 치우는 도전(?)도 재미 있었다.
테이블 셋팅할 때는 물잔을 겸하는 와인잔도 세팅해야 했는데, 처음에는 한 손에 7-8개 밖에 못 집었는데, 나중에 다른 서버들 한테 요령을 배우고 나서 최대 14개까지 끼울 수 있었다.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아가다 보니 6개월이라는 시간이 참 빨리 갔던 것 같다.
불어, 불어 & 불어
초반에 제일 어려웠던 점은 언어.
내가 지나갈 때 손님들이 불어로 무언가를 부탁하면, 한번에 못 알아듣고 "Pardon? (불어/빠흐동?)" 을 연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레스토랑 내에 있는 식기류, 용어들, 메뉴들을 불어 단어로 암기를 하면서, 전체 문장은 다 못알아들을 지언정, 핵심 단어로 유추를 해서 서비스를 하였다.
원칙적으로 아주 위험한 서비스이지만, 식사 시간에 아주 바쁜 레스토랑에서 일일히 서버를 불러 손님 응대를 부탁할 수는 없으니, 일단 최대한 아는 척을 하면서 눈치로 때려 맞추는 수 밖 없었다. 다행히 대부분 맞았는데, 가끔 잘 못 알아듣고, 엉뚱한 걸 가져다 주면, 손님이 어이없어 하거나 서버를 불러어서 컴플레인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스위스라는 곳은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있는 곳인지 몰라도, 대부분 귀엽게 웃으면서 넘어가 주었다.
일할 때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불어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일을 마치고서 항상 영-불 사전을 가지고, 단어들을 열심히 외웠다. 음식 이름은 기본이고, 레스토랑내 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도 최대한 숙지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한 달 정도 지나서, 몸으로 하는 일 뿐만 아니라 손님들이 부탁하는 것의 대부분을 알아듣고, 실수를 많이 줄였다.
보조 서빙 업무 뿐만 아니라오전/ 오후 스케쥴에 따라서 식당내 바에서 음료를 만드는 일도 했었다.
기본 커피는 물론, 카푸치노, 라떼, 핫초코, 아이리쉬 커피 등등.
주말에는 식사 시간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음료 주문이 몰려들어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주문 영수증 때문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덕분에 동시에 커피 뽑는 법도 익숙해 지고 여러가지 주류 서비스도 익숙해져서 나름 능숙한 바텐더로 인정 받고 일 했다.
또 내가 일하는 동안 레스토랑 테라스에 판매부스를 지어서 호숫가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음료 및 샌드위치 들을 팔기 시작했다.
혼자 팔 때도 있고, 베트남 동료랑 같이 맥주/ 샌드위치/ 아이스크림 및 스낵들을 팔기도 했다. 처음에 야외 부스에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불어 때문에엄청 걱정을 했는데, 필요한 문장들을 매일 한 두개씩 외워서 실전에 사용하니, 익숙해 져서 별 문제 없었다.
일에 사용하는 불어 뿐만이 아니라, 6개월간 생활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간단히 의사 표현할 줄 아는 정도는 말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했다. 나중에는 귀가 조금 트여서 일상 생활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까지는 되어서 나름 뿌듯했다. 특히 인턴쉽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기 전 일주일 동안 부모님이 방문하셔서 같이 스위스 여행을 하는 동안, 부모님께 불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며, "아들 유학 허투루 보내시진 않았습니다." 라는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언제는 정말 안쓰면 까먹는다. ㅠㅠ 지금은 이력서에서 뺄까 말까 고민 중임.
급여 수준
스위스에서 인턴은 최저 임금을 받는다. 하지만 세계 제일의 물가와 동시에 최저 임금을 자랑하는 스위스! 2006년 당시 최저 임금이 CHF2,075 였다 (지금도 사실 큰 차이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스위스 환전 가치가 나 때보다 좋아서 한국돈으로는 더 많이 받을 듯/ 그 당시 1스위스 프랑당 750-800원/ 지금은 1100원 정도 한다) 물론 세금, 식비 및 기타 비용이 빠지기는 했지만, 거의 200만원에 가까운 돈이 었기 때문에, 저축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상 생활 하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추억
1) 체중 감량
Split Shift 중간 쉬는 3시간 동안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집에 가기도 애매하고 해서, 그나마 제일 가까운 헬스장에 등록 하였다. 나름 빼먹지 않고 거의 매일 다니고, 일 할때도 동선이 길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니, 6개월 인턴쉽 기간 동안 몸무게가 7킬로그램 빠졌다. 7킬로그램이면 엄청난 무게이지만, 내가 워낙 푸짐했기에 딱 보기 좋을 정도로 빠졌었다.그 때 몸무게는 내 인생 최저 몸무게 였고, 안타깝게도 학교 복학 후에 바로 원상 복귀 되었다.
2) 피자 타임
원래 제공되는 식사 (식비를 내긴 냈었다)가 있었는데, 매주 토요일 저녁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내 사랑 피자를 먹을 수 있는 날!! 피자 쉐프에게 말만 하면 원하는 토핑을 다~ 올려줬기 때문에, 매주 새로운 피자를 만들어서 먹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피자는 피자 가운데에 계란을 올린 것. 햄과 같이 토핑으로 하고, 나중에 루콜라를 듬뿍 올린 후, 매운 올리브 오일을 뿌려서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힌다. 한판을 후딱 먹고서 또 배고파 하던 그때가 생각난다. (벌써 10년 전.... 늙었다.ㅠㅠ)
3) 디저트
체중이 7킬로나 빠졌지만, 먹는 걸 줄이지는 않았었다. 그 날 서빙 가능한 디저트를 전시해 놓는 냉장고가 있었는데, 아침마다 신선한 디저트를 넣어 놓는다. 애플파이, 녹은 초콜렛이 들어간 초코케익 (Fondant Chocolate), 레몬 타르트 등등... 저녁에 마감을 할 때 대 부분 버리는 데, 배고팠던 인턴들은 하나 씩 찜 해놓았다가, 메니저한테 이야기 해서, 챙겨먹고 퇴근하곤 했다.
뭘 배우긴 배웠나?
6개월 동안 일주일에 6일씩 열심히 일을 했는데, 레스토랑 경영에 대해서 느낀 점도 많고, 서빙하는 디테일이나 유럽 음식에 대한 지식도 많이 늘어서, 아주 유익한 인턴쉽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처음 접한 음식들에 대한 지식, 추억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이 분야를 잘 선택했다는 뿌듯한 생각이 든다.
**공감 꾸욱**
인턴쉽 스토리는 계속 됩니다.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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