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인생의 씨앗들/인턴쉽 이야기

[스위스 인턴쉽 이야기] Le Carousel de Vidy #1

THE 마이크 2016. 7. 10. 18:20

 

안녕하세요, 호텔리어 마이크 입니다.

 

당분간 시리즈로 제가 학창시절에 (되게 나이든 느낌!) 했던 인턴쉽 이야기를 공유할까 합니다.

그냥 편한 어조로 풀어 볼게요.

 

 

스위스 호텔학교의 인턴쉽 지원

 

모든 산업이 이론을 바탕으로 실무를 하는 것이지만 현장의 중요성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호텔업의 특성상 인턴쉽을 통한 경험은 필수이다.

 

스위스 호텔학교의 장점 중의 하나는 실무 중심적이라는 것.

 

내가 선택한 학교는 총 6학기 학사 과정 중에서 (5학기인 학교도 있고, 8학기인 학교도 있다), 두 학기는 의무적으로 최소 4개월 이상의 인턴쉽을 한 후 레포트를 제출해서 학점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어떤 친구는 아예 1년짜리 인턴을 한 후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한 인턴쉽 학기 제도를 지원하기 위해서 학교 내에 "인턴쉽 오피스"가 있다. 총 3명의 Internship officer 들이 재학생들의 인턴쉽 기회/과정/ 레포트 제출 관련 전반적인 것을 서포트 한다.

 

호텔업에 아직 연결고리가 없는 1학년 학생들을 주로 도와주고, 2-3학년 학생들은 각자 잡은 인턴쉽의 학교 관련 행정 처리를 도와준다. 새내기들의 경우 스위스 내 여러 도시에서 있는 인턴 기회들을 (호텔자리도 있지만, 레스토랑들에서도 학교에 인턴 지원요청을 한다) 종합해서, 국적이나 고용주 요구사항에 맞춰 재학생들에게 배분을 한다. 대부분 내가 좋아하던 싫어하던 이력서를 넣어본다.

 

 

첫 번째 인턴쉽 - 스위스 로잔 이태리 식당

 

나도 첫 인턴쉽은 인턴쉽 오피스의 도움을 받았다. 인터뷰를 잡아 준 곳은 스위스 로잔의 이태리 레스토랑. 우리가 보통 "제네바 호수" 라고 부르는 "레만호" 의 보트 선착장 옆에 있는 멋진 식당이었다. 이름하여;

 

"Le Carousel de Vidy"

 

이 전체가 레스토랑이어서, 6개월 근무하는동안 7kg가 빠졌다.

 

"Le Carousel" 은 회전목마를 뜻하고 Vidy 라는 동네에 있는 식당이었다. 실제로 식당 자체가 회전목사 놀이기구 같이 둥글게 되어 있고, 레스토랑 안에는 말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진짜 저 말이 레스토랑 안에 있다

 

 

우리 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스위스 학교 학생들도 국적불문하고 인터뷰 기회가 있었고, 같은 학교 친구 몇명과 인터뷰 보러 갔다.

 

인터뷰는 오너의 아들과 영어로 진행되었고, 기대가 크지 않은 건 알지만, 할 줄 아는 불어를 해보라고 했다. 그 당시 내 불어 실력은 한 학기 동안 처음 abcd(아베쎄데) 를 배우고, 간단한 자기 소개 정도 였지만 최선을 다해서, 아는 것 모르는 것 동원해서 다 이야기 했다.

 

며칠 후 결과 발표.

 

인턴쉽 오피스를 통해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유도 안 알려주고, 떨어졌다고 했다. 나름 큰 실수는 안 했다고 생각 했는데, 실망이 컸었다. 같이 인터뷰를 본 같은 학기 동창들 2명은 떡 하니 붙어서 마음이 더 아팠다.ㅠㅠ

 

많은 한국 친구들이 한국으로 가서 특1급호텔의 프런트 오피스나 백오피스 인턴 자리를 잘 구하는 걸 보면서 배도 아팠했고, 다가오는 학기 말까지 다른 인턴을 구할 수 있을지 정말 막막했다. 왜냐면, 기숙사를 비워야 하기 때문.

 

남들 보다 늦은 나이에 큰 맘먹고 나온 해외생활, 난 무조건 해외에서 최대한 경험을 쌓자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다시 힘을 내서 여기저기 이메일로 이력서를 보내며 인턴쉽 자리를 열심히 찾아 보았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때는 어느 부서를 원한다고 쓰지도 않고, 식음료나 프런트 아무데나 좋다고 보냈던 것 같다).

 

그러던 학기 마지막 주.

 

이 나라 저 나라, 이 도시, 저 도시에 인턴을 구한 한국/외국 친구들은 6개월 동안 살 집을 알아보느라 분주했지만, 내 손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안타깝지만 일단 한국을 돌아가서 인턴을 알아봐야 하나 하는 걱정을 하며 하루 하루 보내던 때, 인턴쉽 오피스에서 이메일이 한 통 날라왔다. 처음에 면접 봤다가 떨어졌던 식당에서 일하기로 한 합격자가 다른 인턴을 구해서, 한 자리가 남았는데, 저보고 할 생각 있냐고 물어본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약간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때는 급박했기 때문에, 자존심이고 뭐고 따질 겨를이 없이 "무조건" 하겠다며, 땡큐를 남발했다.

 

일단 한숨을 돌리기는 했는데, 난 3일뒤에 기숙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

 

'나 어디서 살지?' 하는 걱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로잔에서 집구하기

 

한국만큼 추웠던 스위스의 1월의 마지막 주말.

 

기숙사에서 짐을 싸들고 나와서, 일단 로잔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호스텔 (Back Packers) 의 다인실을 3일 정도 잡았다. 2월 말부터 일을 시작 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집을 집중해서 찾을 시간은 조금 있었지만, 어디서 부터 어떻게 시작  해야할지 너무 막막했다.

 

누구로 부터 들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2006년 기억은 가물가물) Full furnished Studio 를 운영하는 에이전시가 있다고 듣고 연락처를 인터넷으로 찾아내어 약속을 잡고 사무실에 방문을 했다.

 

다행히 나이가 좀 있던 분이 영어를 조금 하셔서 보다 수월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는데, 다음 달 부터 들어갈 수 있는 유닛이 로잔 기차역 근처에 있다고 했다. 월세는 680스위스 프랑 (그 당시 스위스 프랑 환율(750-800원)로 계산하면 55만원 정도 였는데, 지금 환율이 1,100원대이니, 나때의 상황은 훨씬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저씨께서 아직 누가 살고 있는 그 유닛을 계약 전에 둘러볼수 있게 해줘서 양해를 구하고 찾아갔다.

 

- 위치는 굿 (기차역에서 걸어서 10분이내/ 레스토랑까지 걸어서 20분).

- 스튜디오는 붙박이 장으로 되어 있고, 일주일에 한번 청소해주는 "나름" 서비스 레지던스.

 

아는 사람 없는 낯선 곳에서 에이전시가 있다는게 뭔가 든든하고, 집 자체가 작기는 했지만 살만할 것 같아서, 계약을 했다.

 

1차 관문: 인턴쉽 구하기 완료!

2차 관문: 6개월간 살 집 계약완료!

 

하지만 마지막 관문은....입주 가능 날짜 (3월)까지 남은 3주 동안 살 집을 또 구해야 한다는것.

(집없는 설움이 이런 것이란 말인가...)

 

일단 지내고 있던 호스텔의 투숙 기간을 몇 일 더 연장을 하고, 또 고민에 빠졌다.

 

3주동안 호스텔 생활을 해야하는 것인가? 아니면 3주 동안이라도 집다운 집을 구할 수 있는 것인가?

 

라운지에서 한숨 쉬며 이러한 걱정을 호스텔 주인과 나누던 중, 관광 안내소에 단기 투숙할 수 있는 방 대여해주는 사람들 정보가 있다고 들었다는 첩보 입수. "카더라" 통신이기는 했지만,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로잔 기차역에 위치한 관광 안내소로 향했다.

 

 

오른쪽에 파란글씨로 INFO 라고 써있는 곳!

 

 

안내 카운터에 "지금 단기로 투숙할 곳을 찾는데, 호텔이나 호스텔 말고 혹시 옵션이 있어?"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미 복사되어 있는 A4 용지 10장 정도의 리스트를 어딘가에서 꺼내 주었다. 정말 그 리스트가 있었구나~ 올레!

 

그 리스트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 보다는 일단 뭔가 옵션이 생길 수도 있다는 들뜬 마음에, 안내소 직원에게 "Merci Beaucoup" (Thank you) 를 하트 뿅뿅하는 눈으로 날리고 안내소를 나왔다.**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드는 생각은 AIR B&B 의 플랫폼이 메뉴얼로 진행되고 있었구나 하는 것. 만약 그 당시에 AIR B&B 가 있었으면 인터넷 검색으로만 집을 찾았겠지 싶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나는 당장 기차역 건너편 맥도날드로 달려가, 내가 일 할 레스토랑 위치를 중심으로 가까운 곳들 부터 연락을 하였다. 로잔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무조건 가까운 곳 부터 탐색을 했지만, 메뉴얼로 작성된 리스트 자체가 최신 업데이트 되지는 않아서인지, 연락한 곳들 대부분의 방이 없다고 했다.

 

스위스도 은근히 영어가 안 통하기 때문에 일단 영불 사전을 옆에 두고 문장을 만들어서 떠듬떠듬, 아주 간단한 문장으로 통화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무대포 였다.


파란불어사전,전자사전, 노키아 휴대폰. 정말 소중한 자산이었다.

 

“혹시 영어할줄 알아?”

(엊어 걸리면, 영어로 통화하고 싶다)

 

“나 방 찾는데 방 있어?”

(마음은 '관광안내소에서 방 내놓은 공지보고 연락하는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다)

 

“고마워”

 

이 세 문장으로 모든 의사소통 진행.

 

계속해서 리스트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하던 중, 레스토랑에서 대략 30분정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전화를 했는데, 한 아줌마가 받았다. 첫 질문 투척!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단다~!!

 

그래서 상황 설명을 불어보다는 길게 하니, 자기가 가지고 있는 플랫에 방 하나가 비어 있다고 했다. 3주만 있을 예정이라고 양해를 구했는데, 괜찮다고 해서 일단 방을 둘러볼 약속을 잡고 찾아갔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동네였지만, 물어 물어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이 나름 고급 아파트 단지.

벨을 누르고, 플랫으로 안내를 받았다. 침대는 없고, 바닦에 이불과 조그마한 탁자가 놓여있는 아주 심플한 방이었다. 옆에는 다른 지방출신의 스위스 사람 두명이 살고 있었는데, 집/방도 깔끔하고, 아주머니께서 월세의 4분의 3만 받겠다고 하셔서 선불로 지불하고 이사 들어오기로 했다.

 

MIGROS 탄산수병이 그 당시 향수를 자극한다. 물가 때문에 제일 싼 슈퍼마켓 브랜드만 사먹었다.

 

3번째 미션도 완료!

 

이제 2주뒤에 일을 시작하는 일만 남았다.

 

To be continued/ 두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공감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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