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Arrival in Style (링크)
드디어 출근 첫 날!
설레이는 마음에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하지만 폭신한 침대와 암막 커튼 덕에 침대를 박차고 나오기는 어려웠다.
앞으로 살 집을 구하기 위해서 호텔에서 2주간 임시 투숙 중이었기 때문에 출근 시간은 2분이면 되었지만 30분 전에 준비를 마치고 새로운 시작을 머리 속에 그리며 객실 소파에 긴장을 감추기 못 한체 앉아 있었다.
오전 8시 40분!
첫 공식 일정 시작이다.
만나기로 한 인사부 사무실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마침 나와 같이 약간은 긴장된 모습의 여자 직원이 인사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와 입사동기인 Trudy.
그 친구는 나중에 가장 친한 동료 중 한명이자 홍콩 팀원들과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나보다 한 살 더 많고 경력도 많았지만, 입사동기이자 같은 직급 (Sales Manager) 이었다. 새로운 도시, 호텔에서 동병상련 할 친구가 있다는게 반갑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했다.
인사부 직원과 간단한 서류 절차를 마치고 가장 먼저 간 곳은 총지배인 사무실.
총지배인 사무실은 로비 프런트 데스크 뒤에 위치해 있었고 그 곳에 있는 미팅룸에서 아침 부서장 미팅 (Daily Department Head Meeting)이 매일 있다.
그 날도 예외없이 호텔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서 회의 중이었고, 간단한 인사만 한 후 내가 앞으로 일 할 세일즈팀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분위기
17층에 위치해 있는 사무실에는 창문이 없었다. 50년 가까이 된 건물이라서 그런지 천고도 낮고, 공간도 여유롭지 않아서 상부장이 설치 되어 있음. DOSM 과 DOS 용 방만 두개. 호텔의 세계적 명성에 비해서 열악한 사무실 환경에 조금 놀랐지만, 금새 적응했다. 창문이 있는 곳은 다 객실로 만들어 버림.
게다가 내 자리는 DOSM 방 정면 창문 바로 앞. DOSM 은 내 옆 모습을 보겠지만 항상 시야권에 있었다. 역시 새로운 직원은 감수해야하는 자리 배치.
MO 객실 세일즈 팀 조직
나의 출근 첫 달 조직도는 아래와 같다.
1 x Director of Sales & Marketing (현 Director of Commerce)
1 x Director of Sales
1 x Director of Sales – Travel (Luxury Market)
1 x Assistant Director of Sales - Corporate
1 x Assistant Director of Sales – Japan
1 x Assistant Director of Sales - China
2 x Senior Sales Manager
2 x Sales Manager
2 x Sales Coordinator
1 x Sales Administrator (PA to DOSM)
근데 마침 4월 말에 DOS-Travel 과 ADOS- Japan 이 퇴사를 하는 상황.
이 자리는 다른 DOS-Travel (태국인) 과 SSM- Japan 으로 대체 되었고,
Travel 팀 코디 겸 세일즈 역할을 할 Sales Executive 가 예약부에서 옮겨왔다.
(이렇게 나열해 보니, 시니어 포지션이 많고, 지금 일하고 있는 호텔과 비교해서 큰 조직은 아니었던듯)
DOSM Lucy
DOSM (Director of Sales and Marketing) 은 한국식으로 따지면 세일즈&마케팅 이사? 상무? 정도 되겠다.
(직급 체계가 해외 체인과 다른 대기업 계열 호텔에서는 차장, 부장 급이 DOSM 을 하기도 한다/ 힐튼 그룹에서는 Commercial Director 라고 부름)
Lucy 는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였다.
미국에서 오래 있다가 와서 영어의 유창함은 물론이고, 항상 차분하지만 날카로운 질문들로 나를 단련 시켰다. 이미 DOSM 만 10년 가까이 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세일즈에 대한 인사이트가 내가 중국에서 겪었던 중국인 DOSM 과 사뭇 달랐다.
중국에서는 내가 추진하고자 하는 프로모션 제안을 위해 어느정도 디테일과 큰 틀만 보고하면 승인이 되곤 했는데, Lucy 는 더욱 상세한 디테일과 이유, 그걸 서포트 하는 데이타를 원했다. Lucy 의 성향이기도 하면서, 홍콩 특급 호텔들에서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사고 방식임을 금방 깨달았다.
임원임에도 불구하고 본인 손님이 오면 인스펙션을 직접 하곤 했는데, 내가 함께 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 역사가 깊고 스토리가 많은 호텔이기는 했지만, 그걸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화법, 고급진 영어 단어 선택 및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고, 내가 고객을 응대할 때 바로 써먹으며 나의 자산으로 만들었다.
제일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 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직원들에게 그런 부분을 강요하지 않았다. 난 직원들 중에서는 가장 먼저 출근하는 편이었는데 (8시-8시반) Lucy 는 7시반-8시 사이에 출근했던 듯. 살가운 스타일은 아니라서 다들 어려워 했지만, 믿고 따르는 보스였다.
Lucy 는 나와 2년 4개월정도 함께 있다가 포시즌 광저우로 옮겨가서 4년동안 Director of Marketing 으로 재직 후 포시즌스 그룹사의 APAC 지역 Area Director of Marketing 으로도 근무하였다 (올 초에 그만둔듯).
DOS Viola
Viola 는 항상 팀원들 편에 함께하며 Lucy 의 압박을 중간에서 잘 조절해 준 팀장이었다. 팀원들의 고충을 잘 이해해 주고 팀원들 끼리 사적으로 밥을 먹으러 갈 때 서스럼 없이 함께하고, Junk Trip 을 할 때 아들, 딸 까지 데리고 올 정도로 편하게 지냈다. 물론 팀원들의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냉정한 편
내가 떠난 후 1년이 되지 않아서 내부 조직 변경을 거치며 좌천성 인사를 당한 후 (DOS 가 있는데, Senior DOS 라는 없던 포지션을 만들어서 외부인사를 영입하였고, DOS 는 원래 개인 방이 있었는데, Senior DOS 가 차지하게 되었다.) 새롭게 오프닝 했던 The Murray, Niccolo 호텔로 이직을 하였다. 그 덕에 The Murray 호텔 세일즈 팀은 Viola 포함 총 5명이 MO 시절 함께하던 사이였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는다는.ㅋㅋ)
내가 담당하게 된 고객들
홍콩에서 일하는 건 처음이고, 이 마켓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모르니, 어떤 것이 주어져도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이었다. 기존에 이미 몇년 씩 근무하던 지배인들이 있었고, 나와 Trudy 가 새롭게 조인했지만, 조금 더 비중이 있는 고객들은 나보다 경력이 많고 홍콩에서 근무해 온 Trudy 가 담당하게 되었다. (이 때 나는 만 3년 경력 꽉 채운 상황이고, Trudy 는 5-6년 되었을 것이다)
다들 연간 1,000박 이상 투숙하는 고객사 담당할 때 난 300-400박 어카운트들 관리.
세일즈는 새로운 고객사 개발도 주요 업무 중 하나이고, MO 에서는 세일즈 메니저가 기업 출장관련 계약, 관리만 하는게 아니라, 그룹 (MICE) 비지니스도 함께 담당했기 때문에 내 실적을 보여줄 여지는 있었다.
한국 증권사들의 투자 컨퍼런스가 홍콩섬의 특급호텔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비지니스 중 하나 였는데, 근무 2년차에 3개의 컨퍼런스를 유치해서 나름 선방 하였다.
동료보다는 친구
세일즈팀원들은 한 명 빼고 80년대 생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다들 미혼이거나 기혼이어도 아이가 없는 상황이라서 친구같이 가깝게 지냈다. 직급과 상관없이 편한 분위기 였고, 영어로 대화를 나누니 더 수평적인 느낌이 들었다.
주중이든 주말이든 크게 게의치 않고 다 같이 밥을 먹거나, 현지인들이 가는 곳들을 따라 다녔고, 종종 본인 친구들하고 재미있는 곳에 가면 (예: 서바이벌 게임/ 하이킹/ 자전거) 초대해주었다. 물론 항상 적극적으로 어레인지 하는 팀원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동료들의 참여도가 아주 높은 편이었다. 덕분에 MO시절 동료들은 현지 친구로서 내가 이직하고 나서도 쭈욱 가깝게 지내왔다.
신기하고 재미있던 점들
-
- ☞ 화장실을 위한 여정
- 사무실 공간에 대한 사전 설계 따위는 없었던 것 같다. 사무실이 있었던 17층에는 직원을 위한 화장실이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층에 있는 하우스키핑 서비스 룸 공간은 오로지 하우스키퍼들에게 허용되었고, 세일즈 팀원들은 19층에 있는 직원용 락커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고객 객실 복도를 지나야만 갈 수 있는 비상구 계단을 왔다 갔다 하는건 참 번거로워서 물을 많이 안 마셨던 기억이 난다. 지속적인 요청에 의해서 내가 그만 둔 해에 하우스키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기기는 했다.
- ☞ 사무실이 탈의실?
- 이 부분이 근무 초기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 정장을 다 갖춰입고 출근하던 직원도 있었지만 대부분 사복을 입고 출근하고, 사무실에 보관한 정장들을 '사무실에서' 갈아입었다. 여자 직원들도 가슴높이 밖에 오지 않는 파티션 뒤에 숨어서 갈아입기도 하고, DOS 나 DOSM 이 없으면 그 방에 들어가서 갈아 입기도 했다. 단순히 "이쪽으로 오지마~" 하면서 서슴없이 옷을 갈아입는 상황은 한국이었으면 상상도 못할 일. (물론 여의치 않으면 19층 탈의실까지 옷을 가지고 가서 갈아입었다)
- ☞ 호텔 요트를 직원들이 즐길 수 있다?
- 홍콩의 몇몇 호텔들은 요트를 가지고 있다. Junk 보트 라고도 불리는 이 것은 손님용이 아니라 직원들을 위해서 많이 쓰인다. 한 달에 한번 원하는 날짜에 신청할 수 있고, 추첨에 의해서 사용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팀 액티비티의 일환으로 신청하면 우선 순위가 있고, 신청 빈도수가 낮은 직원부터 배려한다. 주말이 물론 인기가 많지만, 오퍼레이션 직원들은 주중 낮에 신청하기도 한다. 백오피스에 근무했던 난 종종 주중 저녁 시간대에 신청하여 지인들을과 함께 홍콩의 야경을 즐기곤 했다. 이 모든 것이 공짜!!! 물론 캡틴과 서비스 직원 한분의 식사를 챙겨주고, 팁을 챙겨드리곤 했다. 홍콩이었기에 가능했던 추억! (만다린 오리엔탈, 아일랜드 샹그릴라, 호텔 아이콘이 보트를 가지고 있었던 걸로 기억함)
- ☞ 화장실을 위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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