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인생의 씨앗들/홍콩 스토리

[홍콩 호텔리어로 살아남기 - #1] Arrival in Style

THE 마이크 2020. 3. 21. 15:14

바야흐로 8년 전인, 2012년 3월

 

우여곡절 끝에 입성한 홍콩.

 

새로운 도시의 새로운 호텔 브랜드로 이직.

 

쉽지 않았던 홍콩 적응 & 생존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혹시 입성기 못 보신 분들은 복습!

홍콩 입성기 #1

홍콩 입성기 #2

홍콩 입성기 #3

 

 

Arrival in Style

 

북경 수도 공항에서 홀로 홍콩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 까지만 해도 그냥 여행가는 기분이었다. 그 동안 북경에 있으면서 출장, 휴가로 비행기는 자주 탔었기 때문.

 

인사부에서 공항 픽업을 준비 했다며, 도착하면 공항에 있는 만다린 오리엔탈 카운터를 찾아가라고 했다. 금요일 오전까지 북경 호텔에서 일을 하고, 오후 비행기를 타다 보니 저녁 10시가 되서야 홍콩에 도착했다.

 

여느 때와 같이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 심사대를 향해 가는 데, 빨간 자켓을 입은 공항 관계자가 만다린 오리엔탈 로고가 있는 보드를 들고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내 영문 이름!

 

사진 속 주인공은 만다린 오리엔탈에서 세일즈 동료이자, 그랜드 하얏트 홍콩의 내 후임자로 온 홍콩 친구!

 

 

 

내가 "마이크" 라고 했더니, 인사를 하면서 핸드 캐리어를 받아서 전기 카트에 싣고 뒷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이게 뭔가 싶으면서도 얼떨결에 시키는 대로 앉았고, 카트는 입국 심사대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질주하는 느낌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내가 입국 심사를 받는 사이에 빨간 자켓 아저씨는 수하물 찾는 곳에서 빈 카트를 챙겨서 기다리고 있었다. 짐이 실린 카트를 도착 게이트 나갈 때까지 끌어주어서 난 몸 둘바를 몰랐다. 도착 게이트로 나오니 만다린 오리엔탈 공항 직원들이 마중 나와 있었고, 빨간 자켓 아저씨는 나를 인계 한 후 묵묵히 되 돌아 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팁도 못 챙겨 줘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호텔 공항 직원은 내 이름을 다시 한 번 확인 하고, 차량 대기 장소로 나를 안내하였다. 그 곳에서 기다리던 차는.... 벤츠 S Class.

 

 

 

반얀트리 푸켓에서 인턴을 할 때 이런 대접을 받아 보기는 했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다.

 

벤츠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니, GRO가 미리 나와서 대기하고 있었고, 나를 바로 방으로 안내했다. 내가 외국인이다 보니, 호텔에서 2주 동안 생활할 수 있게 편의를 봐 주었다. 하룻밤에 50-60만원 하는 곳에서 2주 호텔 생활은 참 기억에 남는 추억이다.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에 혼자 남겨지니, 이 곳이 그 (THE)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흥분되는 마음으로 객실 구석 구석을 둘러보고, 짐 정리를 한 후 거의 새벽 한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홍콩 집 구하기

 

언급한 것과 같이 호텔 생활은 2주로 제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기간 안에 무조건 집을 구해서 이사를 해야했다.

 

홍콩으로 오기 전, 북경에서 부터 온라인으로 가능한 옵션에 대한 조사를 해왔던 터였고, 살인적인 집값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파트의 방 하나만 렌트하고 공용 주방, 공용 화장실의 형식인 Share Flat 전문 사이트를 찾았고, 내가 원하는 조건을 포스팅 했는데, 한 에이전시가 이메일로 연락을 해 왔다. 내 예산 대에 맞는 동네와 방을 제안해 주고, 홍콩에 가서 직접 둘러볼 수 있도록 도착한 다음 날 미리 약속을 해 놓았다 (다행히 학교 다니고, 인턴쉽 할 때 기숙사 생활을 해 와서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하는데 거부감이 없었다).

 

월세 70-80만원 정도 하는 "방"을 찾다보니, 시내랑 아주 가까운 동네는 아니고, 완전 현지인 주거지역인 North Point 에 있는 곳들을 4-5 군데 보여 주었다. 그 동네는 아주 옛날 중국 상해 출신 중국인들이 홍콩으로 이민을 와서 정착해 살 던 동네였고, 역사가 있는 만큼 건물들도 아주 오래 되었다.

 

보여준 옵션들 중 엘레베이터가 있는 건물은 복도식 이었는데, 홍콩 영화에서 보던 여닫이 철제문이 즐비한 곳이었다. 그 중 한 곳으로 들어가니 아주 조그마한 거실이 있고, 전체 객실 3개 중 하나를 둘러 봤는데, 그 방의 크기는 더블 침대, 1.5미터 폭의 옷장, 책상 하나가 들어가면 바닦에 누울 공간도 안 나올만큼 작았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른 곳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가파른 언덕의 거의 끝 쪽에 있는 아주 낡은 건물로 들어갔다. 엘레베이터도 없는 4층짜리 Walk up 빌딩이었다. 계단도 사람 두 명이 동시에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좁은 곳. 내가 둘러본 집은 그 중 맨 꼭대기인 4층에 위치한 객실 4개짜리 집이었다. 공용 거실에는 소파와 4명짜리 식탁이 있었고, 화장실은 하나, 작은 주방에는 세탁기, 드라이어, 냉장고, 전자레인지가 있었다. 맨 꼭대기 층이다 보니, 천고가 높아서 방이 크기에 비해서 넓게 느껴졌고, 옷장이 이 전에 봤던 집들에 비해서 넓은 게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에이전시가 운영하고, 방만 렌트해서 거주하는 Share Flat 은 보통 공과금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과 인터넷 비용 (물론 여러 방이 나눠 쓰다보니, 동영상 하나 보기도 쉽지 않았다), 가구, 침구류 (베게, 이불), 공용공간 주1회 청소 서비스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집세 내는 것 외에 내가 따로 신경 쓸 일이 거의 없고, 계약 기간이 최소 한 달 이어서 부담이 일반 계약이 비해서 덜 하다. 이러한 조건들 때문에 언덕 끝의 엘레베이터 없는 4층 아파트였지만, 일단 3개월 계약을 해서 살아 보기로 한다. 이런 조건인데, 한달에 HK$5300 (거의 80만원)을 냈다.

 

일반 아파트에 정식으로 부동산을 끼고 계약을 하려면, 최소 1년 계약이고, 복비도 들고, 보통 혼자 살 거 아니면 룸메를 미리 구해서 같이 알아봐야 한다. 가끔은 방 2개짜리 아파트를 혼자 구하고, 남은 방에 지낼 룸메를 나중에 구하기도 한다. 근데 홍콩의 방은 한국의 아파트 방 2개짜리 아파트와는 많이 다르게 아주 아주 좁다. 싱글침대와 옷장 들어가면 끝.

 

보증금은 두 달치 월세로 어떤 계약을 하던지 동일하다. 우리나라 같이 전세, 반전세 개념이 없기 때문에, 목돈 없이도 일단 살 집을 구할 수는 있다.

 

 

Share Flat에 산다는 것

 

모르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공유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내가 기숙사 생활을 오래하고 군 생활까지 했다고 하더라도 항상 새로운 도전이다.

 

방 4개, 화장실 1개. 다행히 하우스 메이트 들이 남자들이었고 (요리를 잘 안하고), 다들 출근 시간이 빠르지 않아서 생활 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샤워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것).

 

하지만 개념이 없는 하우스 메이트는 주말 밤 11-12시에 외부 친구들을 불러 거실에서 술파티를 하기도 했고, 본인 방을 치우지 않아서 냄새가 공용 공간까지 진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살았나 싶은데, 3개월 살아보자 했던 곳에서 3년을 살았다.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월세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집 골목 바로 앞에 호텔 바로 앞에까지 가는 버스도 있고, 홍콩에서 나름 유명한 현지 맛 집들도 주변에 많은 동네라서 딱히 이사에 대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홍콩의 월세

 

사실 엄두가 안 났다고 말해도 되겠다. 80만원 정도 내고 있었는데, 만약에 시내에서 조금 더 가까운 동네에서 혼자 살려고 하면, 최소 120-150만원 정도는 내야하기 때문 (집 상태가 더 나아지는 것 보다는 위치가 가까워 지는 것). 한국보다는 많지만 북경에서 갓 넘어온 호텔리어 월급으로 100만원이 넘는 월세를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친구들의 상황은 확실히 나았던 것 같다. 신입 직원들의 연봉도 적지 않기 때문에, 지인과 괜찮은 아파트에서 같이 사는 친구들도 최소 12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내었고, 경력직인 친구들은 보통 소호나 미드레벨의 오래 되었지만 내부 레노베이션이 된 아파트에서 200만원 이상 내며 혼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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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하게 환영 받고, 현실을 직면한 홍콩!

이제 첫 출근과 함께 실전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