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호텔리어 마이크 입니다.
제가 스위스 호텔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7년이 넘었네요.
(저는 SHMS-Swiss Hotel Management School 을 졸업 했습니다)
하지만 유럽 학교의 특성상 커리큘럼이나 학교 분위기, 생활 자체가 많이 변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팅 에서는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점, 학생들의 일상 등 유학원 브로셔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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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영어
스위스 학교에 입학을 해서 첫 수업을 들을 때까지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나.
"에이~ 호주에서 어학연수 했다고 했잖아요!"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영어를 배우러 오기 위한 학생들을 위해서 아주 천천히, 레벨에 따라서 조절을 해주는 경우였다.
난 정말 걱정이 되어서, 수업을 못 알아들을 경우를 대비해서 성능이 아주 뛰어난 녹음기를 사려고 열심히 알아봤었다. 못 알아 듣더라도 맨 앞자리에서 수업 전체를 녹취하고, 녹음된 걸 다 받아 적은 후 공부하기 위해....
하지만 다행히 교수님들은 60여개 국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배려해서 인지,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강의를 진행 하셔서 너무 기뻤다. 수업의 대부분을 알아먹을 수 있었기 때문. 교수진도 원어민 몇명 빼고는 노르웨이, 터키, 프랑스 등등의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영어를 멋지게 강의할 정도는 되지만, 원어민 수준은 아니었다.
영어 잘 한다고 공부 잘 하는 거 아니다.
남들 보다 느즈막히 유학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보다 4-5살 어린 아이들과 같은 학년으로 공부를 했다 (많은 한국 학생들 중 내가 나이로 위에서 Top 5 에는 들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 하자마자 바로 대학교에 들어온 친구들은 대부분 조기 유학파였다. 내가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에서 나온 아이들 중에, 나보다 영어를 못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것. 영어 잘 하는 조기 유학파 동생한테 물어보니, 못 하는 애들은 한국 애들하고만 계속 몰려 다녀서, 영어학원 (ELS) 연계된 학교 수업만 들으면서 겨우 졸업 했다고 한다. 어떤 시스템인지 자세히는 잘 이해 못 했지만, 영어 하나라도 제대로 배우라고 조기유학 보냈을 텐데... 부모님의 실망이 크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친구들은 역시 호텔학교에서도 한국 친구들만 찾고, 성적은 하위권이었다.
내가 느낀 그 친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본인이 원해서 선택한 학과, 학교가 아니라는 것.
집이 엄청 잘 산다는 아이들일 수록 (소문으로 다 알수 있다), 부모님이 괜찮다는 학교, 전망있는 학과를 대신 선택해 주신 경우가 은근히 많았다. 그들 중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노느라 너무 바쁘셔서 유급한 친구들도 몇 있었다.
학급에 미국, 호주 학생도 있고,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적어도 말하는 건) 친구들이 많았지만, 이런 친구들 중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한 친구는 많지 않았다. 슬렁슬렁해도 패스할 정도 점수는 나왔던 모양. 아시아 권에서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학생들 (나도 포함)이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했다.
특히 학사 과정에서 레포트를 쓰고, 영어 논문을 쓸 때, 작문이 술술 될 리가 없으니 영어 잘하는 애들보다 두 배의 시간을 투자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두 배를 투자하고 비슷한 점수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름 평균점수가 중간 이상은 했었다. 발표수업에 약점이 있어서, 그룹 프로젝트를 할 때 말 잘하는 서양 친구를 섭외해 보기도 했는데, 말만 많은 아이를 잘 못 골라서, 최악의 점수를 받은 적도 있다.
저는 한국에서 다 자라서 유학 가기가 두려워요 하시는 분들?
영어에 관심 두시고, 남들보다 두 세배 열심히 하면 다 따라갈 수 있습니다.
실습 위주라고 하는데 이론은 충분히 배우나요?
스위스 호텔학교는 확실히 실습 교육을 강점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교양과목 없이 모든 과목이 전공 수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Higher Diploma 과정까지는 과목을 선택할 수 없다.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건 제2 외국어!
(우리에게는 제3외국어인가?/ 불어, 독어, 스페인어 중 고를 수 있고, 어떤 학교는 중국어 수업도 있다고 한다)
SHMS 의 경우 6학기 중, 두 학기를 통으로 인턴쉽을 하게 해주고 레포트로 학기 평가를 대체한다.
또한 1학년 때 부터
학생 식당인 카페테리아에서 돌아가며 듀티,
교내 프랑스 파인 다이닝 식당에서 정통 서비스를 배우는 게 교육 과정이다.
재미있는 것은
파인 다이닝 식당의 손님들은 재학생들이고, 서비스 직원은 실습생,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학생들이다. 이렇게 실제로 서빙하고 요리 하는게 수업의 일부이기 때문에, 실전과 가장 비슷한 상황을 이미 학교에서 부터 배울 수 있다. 손님인 재학생들은 예약만 하면 3가지 코스 요리를 꽁짜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와인비용은 지불).
학비에 포함된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실습은 대부분 1학년, 2학년 때 이루어 지고,
3학년 Higher Diploma 과정 및 학사학기는 이론이 중심이 된다.
보다 많은 그룹 프로젝트, 발표, 개인 레포트 등등
Bachelor of Art 를 선택한 학생은 논문을 써야하고
Bachelor of Business Administration 을 선택한 학생은 더 많은 발표 수업을 하게 된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충분히 이론적인 부분을 배운다.
학비 엄청 비싸다던데?
스위스 호텔학교 학비 엄청 비싸다.
요즘 환율 (1스위스 프랑 = 1150원)로 한 학기에 대략 3천 만원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
6학기 중 실제 4학기만 학비를 내지만, 그 액수가 1억 2천 만원이다.
(내가 1, 2학년 때는 1 스위스 프랑 = 750-800원)
학비에는 교재, 교복, 2인1실 기숙사, 삼시세끼, 산악기차비용 등 학교 생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충분히 양질의 식사가 제공 됨에도 불구하고, 주중에도 시내에 내려가서 외식을 하는 친구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스위스 외식 물가가 엄청 비싸기 때문에 (10년 전에 그나마 저렴하다는 중국식당 볶음밥이 거의 15,000원 정도 했었다), 최대한 포함된 혜택을 누린다면, 생활비를 아낄 수 있고, 밖으로 자주 놀러 다닌다면, 많은 생활비가 필요로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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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호텔학교 유학, 얼마나 가치가 있나?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스위스 호텔학교 졸업생들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 반 이상은 호텔 업에 종사하다가 떠났다.
왜 일까?
비싼 돈 들여서 공부하고, 좋은 경험을 쌓아왔지만 졸업하고서 호텔에 입사하려고 하니,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제한되어 있다.
교대근무에 박봉....
그들이 공부하면서 그려온 호텔리어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처음에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1-2년 일하며 버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뭔가 상실감에 빠진다.
"스위스 유학까지 가놓고, 월급이 그거 밖에 안돼?" 라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자존심이 상한 것 일까?
호텔은 정말 국내에서 대학을 나오던, 해외에서 대학을 나오던, 시작점 차이는 크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외국인을 상대하는 일이 많은 일이다 보니, 외국에서 생활을 해본 유학파가 유리한 점은 분명히 있지만, 영어 그 자체보다, 진심이 담긴 제스처와 미소는 고객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서비스 마인드로 일을 해야 호텔리어의 아주 큰 동기부여인 "보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출신 학교, 자신의 현재 포지션에 너무 집중하지 말고,
미래 지향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하면서 지내다 보면, 알아봐 주는 사람이 생기고, 좋은 기회가 올 때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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