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도 해가 쨍쨍하다!
오늘은 렌트카를 타고 울릉도 해안도로 일주가 예정되어있는 날.
성수기때의 렌트카 대여/반납 시간은 오후 12-1시 픽업/ 11시-12시 반납이다.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놓은 시간대. 제주도나 다른 곳들 처럼 원하는 시간에 픽업하고 24시간 단위로 끊어서 반납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처음에 울릉도 계획을 세웠을 때, 렌트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빌리고 대여하는 시간대로 그렇고, 둘이서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하루에 최소 5만원 (모닝)에서 6만원 (K3/아반떼) 하는 가격이 부담되기도 했다. 만약에 4명이서 여행을 했다면 부담없이 전 일정 대여해서 울릉도 곳곳을 구석구석 다녔을 수도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하루 5만원 이상은 부담이었다.
많은 렌트카 회사들 사이트를 찾아보고, 통화도 해봤지만, 일단 울릉도가서 해결을 하자고 마음먹고 왔는데, 사장님께서 렌트카는 안 필요하냐고 물어보셔서, 하루정도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반나절+반나절인 대여 일정이 애매하다고 말씀드리고, 혹시 아침 9시에 빌려서 다음날 9시에 반납도 가능한지 여쭤보았는데, 가능하다고 하신다! 아싸~
알고 보니,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렌트카 회사들 외에도 소규모 회사들이 많고, 그 중 한 회사의 저동 영업소 역할까지 하신다고 한다. 스타렉스 2대를 포함해서 총 5대의 차량을 확보하고 계셔서 펜션에 투숙하시는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렌트해주신다. 가격도 다른 렌트카 회사들 보다 만원정도 빼주신다는~
일단 아침 9시부터 렌탈을 하면 하루종일 내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다음 날 아침도 시내에서 먹고 숙소로 돌아올 수 있다.
관음도
9시경 차를 인계 받아서 9시 반에 숙소에서 5분거리의 관음도로 출발!
메인 섬과 다리로 연결된 다른 섬이라는 것 외에 아는 정보가 없이 갔다.
관음도 주차장에 도착해서 놀란 건, 괭이 갈매기들의 똥 때문...
주차장, 매표소, 관음도로 연결된 길 초입까지는 갈매기의 하얀 똥 천지다.
입장료는 4,000원인데, 자매도시는 무료입장이었고, 일반 관광객들은 50% 할인.
(원래는 자매도시 거주자만 50% 할인인데, 관음도만 프로모션 중이었다)
엘레베이터가 있는데 운행을 안 해서, 전 날 성인봉 등산 여파로 뻐근한 다리를 이끌고 계단을 올랐다.
메인다리를 향해서 가는 동안 펼쳐진 경치에 한 번 "와~"
메인다리에 다달아서 내려 본 바다의 물 색깔에 한 번 "대박!"
메인다리를 건너면서 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후덜덜...."
메인다리를 다 건너서 마주한 계단들은 "헉!"
생각보다 뜨거운 날씨에 검은 청바지를 입은 나는 "끈적끈적"
관음도 산책로에 진입하니, 선녀암이 보였다. 선녀암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일주도로 구간 (죽암-석포)이 막혀있어서 멀리서 감상할 수 밖에 없었다.
A-B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서 원하는 거리만큼 걸으며 다른 앵글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정애식당
관음도 관광 후 숙소에 잠시 들려 시원한 반바지로 갈아입고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저동항에 있는 정애식당.
인터넷에서 맛집으로 봤던 곳이기도 하고, 펜션 사장님께서 추천도 해 주셔서 홍합밥에 오징어내장탕을 먹기 위해 갔다.
좌식 테이블 3개 밖에 없는 작은 식당을 할머님 두 분께서 운영 중이셨다.
홍합밥이나 따개비밥을 먹기위해서 들어갔는데, 두개를 합쳐놓은 "홍따밥"이 있었음.
홍따밥과 다른 종류 하나를 1인분씩 시키려고 하니, 할머님들이 강하게 하나만 시키라고 한다.
홍따밥은 2인분씩 한다고 안 써있었는데, 하도 뭐라고 하시길래 홍따밥 2인분으로 통일.
맛은 짭쪼름하니 고소했다. 김과 깨가 듬뿍 들어있으니 맛이 없기가 힘든 메뉴였지만, 오징어 내장탕과 함께 어우러지는 맛은 훌륭했다.
옆 테이블에 다른 여자 손님들이 와서 1인분씩 시키려고 하자. 또 다시 할머님들의 2인분 이상 요청. 우리 바로 옆에서 속삭이던 할머님 말씀..
"홍합밥이나 따개비밥이나 다 맛은 비슷한데...."
거북바위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섬 한바퀴 일주를 시작하였다.
처음 마주한 곳은 "거북바위"
여러가지 앵글로 보면 거북이 모습이 많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저게 무슨 거북이야 했는데, 차에서 내려 바위를 한 바퀴 돌아보니, 거북이 모습이 있는 앵글이 있었다.
많은 터널들과 도로공사 현장
일주도로를 가다보면 아직 1차선 터널들이 몇개 있고, 도로 공사가 한창. 그래서 길 중간 중간에 신호등이 있어서 신호를 꼭 잘 지켜야 한다. 상당히 긴 1차선 구간도 있기 때문.
현지인들은 (번호판을 봤을 때) 종종 신호를 무시하고 내 달리기도 하지만, 관광객은 무조건 신호등을 지키는게 안전할듯 함.
태하등대
차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슬렁 슬렁 운전을 하며 일주도로의 경치를 즐기다 보니 태하등대 (울릉도등대)를 볼 수 있는 태하항에 다달았다. "대하항목관광 모노레일" 을 타고 가파른 산을 올랐다. 약 10분정도의 모노레일 경험인데, 가능하면 바다쪽을 바라보고 타길 권한다. 향나무가 많은 산 쪽은 볼게 없다.
모노레일에서 내려서 약 10분정도를 걸으면 등대가 위치한 곳이 나타난다. 등대 자체는 크게 임팩트 있진 않지만 그 자리에서 보는 경치가 아주 장관이다. 특히 바람을 기다리는 언덕이라는 의미를 가진 "대풍감" 아래 비치는 바다색은 정말 아름답다. 이 곳에서의 비경은 한국 10대 비경으로 꼽히는 곳.
코끼리 바위
태하항을 지나서 북쪽 해안선을 따라서 달리다 보면, 코끼리 바위가 나온다.
앵글에 따라서 코끼리가 코를 바다에 담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양이 진짜 코끼리 같다. 울릉도 내에 다양한 바위들이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게 제일 이름하고 비슷한 듯.
울릉도 명물 오징어가 울릉도에 없다?
코끼리 바위를 지나서 성인봉 등산할 때 지났던 천부항을 다시 들렸다. 갑자기 오징어 물회가 땡겨서 몇몇 식당들에 들어 갔는데 요즘 오징어가 없어서 물회를 못 하고 있단다. 오징어가 안 잡힌다는 이야기를 여러 주민들에게 들었다. 오징어 떼가 북상하여 북한 해역까지 갔다가 동해로 돌아올 때 잡는 건데, 북한이 북한 해역 조업권을 중국에 팔아 넘겨서, 오징어가 북한 해역을 지날 때 싹 긁어 가버린단다. 말 그대로 "씨를 말린다". 안타까운 현실...
오징어 물회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한채 천부항 주변만 둘러보았다. 옛 스러움을 그래로 간직한 조용한 동네.
오삼 불고기 - 태양식당 저동점
원래 계획은 천부항 찍고 저동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태양식당 본점인 남양에서 저녁을 먹고, 일출 전망대에서 일출을 보고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
하지만 태양식당 본점은 손님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따개비 칼국수만 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구름이 많이 껴서 일출을 볼 수 없는 날씨...
아쉬움을 뒤로한채 태양식당 저동점에서 오삼 불고기 (34,000원)를 먹기로 했다.
울릉도의 식당들에서 쓰는 재료들은 대부분 자급자족 (자연산이 많음)하기 때문에 전화해서 특정 메뉴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하면 좋다. 우리도 오삼 불고기가 되는지 물어보고 도착 예정시간을 알려주니 시간에 맞춰서 준비해 주겠다고 했다.
20분여를 달려 이제는 아주 익숙한 저동항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울릉도 첫 끼 (따개비 칼국수)를 먹었던 식당에서 마지막 저녁을 먹게 되었다.
오징어도 오징어지만 삼겹살이 통통하니 맛이 있었고, 양념도 맵지만 맛있게 매워서 꾸준히 먹을 수 있었다 (매운 음식 잘 못 먹고 너무 매우면 눈물 콧물 다 빼는 스타일이다).
건어물은 "니그 우리집 오징어 무그봤나"에서~~
오징어가 많이 안 잡히고 가격도 안 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울릉도에서 울릉도 오징어를 사가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을 먹고 다시 도동으로 향했다. 일전에 분식 집에서 핫도그를 사 먹었는데, 그 때 건어물 가게 아주머니께서 김밥을 사러 오셨다가, "우리 가게 들려주이소~" 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갔다.
8시가 거의 다 된 시간이었는데 다행히 여전히 불이 켜져있었다.
크기도 다양하고, 건조 정도로 몇 가지 옵션이 있었다.
우리는 선물용으로는 큰 걸로 건 오징어를 사고, 내가 먹을 용으로 반건 오징어를 샀다.
거기다가 직접 담그셨다는 울릉도 명이나물 짱아찌, 말린 부지깽이 나물 등 해서 대략 13만원 어치를 샀던 것 같다.
거기다가 호박엿 한 봉지, 내일 배 타고 가면서 먹으라고 (배멀미를 덜 한단다) 작은 오징어 두마리 챙겨주시고, 게다가 얼린 울릉도 우산 고로쇠 물.
이 고로쇠 물은 서울로 돌아와서 마셨는데, 인삼향이 은은히 나는 특별한 맛있었다.
보통의 고로쇠 보다 훨씬 오래된 나무 (60-90년)에서 채취하는 울릉도 고로쇠물은 특별했고, 혹시 직배송해서 마실 수 있나해서 찾아보니 가격이 후덜덜이다.1.5리터 6개가 거의 4만원 (최저가)이고, 그 것도 2월-3월에만 채취할 수 있다보니 5월만 지나도 구할 수가 없다.
반건 오징어는 집에서 구워 먹었는데 건조가 너무 덜 되어서 오히려 오징어 볶음을 해먹으니 쫄깃하니 맛있더라.
울릉도 비수기에는 배송비 (5000원) 을 안받기도 한다니, 짱아찌랑 오징어 다 먹으면 할머님께 연락한 번 드려야겠다.
우리를 마지막 손님으로 받고 기쁜 마음으로 셔터 내리신 후 할아버지가 픽업 온 봉고 조수석으로 활짝 웃으며 올라타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호박 막걸리를 사들고 펜션으로 돌아와, 숙소 앞 마당에서 바닷 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한 잔 들이키니 더할 나위 없는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아쉬움 마음도 있었고 비가 예보된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낼 지 고민하다가 자정이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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